숨을 멈춘 순간, 산소가 바로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다
숨을 멈추면 몸에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호흡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몸이 바로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호흡을 마친 시점에는 폐와 혈액, 근육 등에 일정량의 산소가 저장되어 있으며, 몸은 새로운 산소를 공급받는 대신 이 저장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폐에 있는 산소는 혈액으로 이동하고, 혈액의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각 조직으로 운반한다. 근육에는 미오글로빈과 결합한 산소도 존재한다. 숨을 쉬지 않는 동안에도 뇌와 심장, 근육은 계속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저장된 산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한다.
동시에 세포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는 계속 증가한다. 평소에는 호흡을 통해 밖으로 배출하지만, 숨을 멈추면 배출할 통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호흡은 단순히 ‘산소가 떨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산소는 감소하고, 이산화탄소는 증가하는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다.
숨이 차다는 느낌은 산소 부족과 같지 않다
숨을 오래 참으면 어느 순간 강하게 숨을 쉬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은 이 느낌을 ‘산소가 거의 떨어졌다’는 신호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호흡충동은 산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혈액 속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산성도가 변하고, 뇌와 혈관에 있는 화학수용체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다. 호흡중추는 환기를 증가시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도록 요구하며, 우리는 이것을 강한 호흡충동으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숨이 매우 차다고 느끼는 시점에도 사용할 수 있는 산소가 상당량 남아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산소가 위험한 수준까지 감소해도 호흡충동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
과호흡이 프리다이빙에서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호흡은 몸에 산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주로 이산화탄소를 낮추는 행동이다. 그 결과 숨을 쉬고 싶은 느낌은 늦게 나타나지만, 무호흡 중 산소소비는 계속되므로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과 실제 저산소 상태 사이의 간격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숨이 얼마나 찬가’와 ‘산소가 얼마나 남았는가’는 같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심장은 점점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숨을 멈추고 물속에 들어가면 심혈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반응이 심박수 감소, 즉 서맥이다. 특히 얼굴이 물에 잠기고 무호흡이 함께 이루어지면 이러한 반응이 강해질 수 있다.
심장이 느리게 뛴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편안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심박수가 감소하면 심장 자체의 산소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제한된 산소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순환계가 조절된다.
다만 심박수는 무호흡을 시작하자마자 일정한 속도로 계속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반응의 크기도 다르다. 물의 온도, 얼굴 침수, 무호흡 시간, 운동 여부, 훈련경험과 개인의 자율신경계 반응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프리다이빙에서 심박수 감소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다이빙 반응(diving response)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손과 발로 가는 혈류도 달라진다
심박수 변화와 함께 중요한 반응이 말초혈관 수축이다. 무호흡이 지속되면 팔과 다리 같은 말초조직으로 향하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의 분포가 달라진다.
몸 전체에 혈액을 똑같이 보내는 대신, 제한된 산소를 뇌와 심장처럼 산소 부족에 민감한 주요 기관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순환이 조절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심박수 감소와 함께 산소를 보존하는 다이빙 반응의 핵심으로 설명된다.
말초혈관이 수축하면 혈관의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무호흡 중 혈압이 상승할 수도 있다. 따라서 프리다이빙의 다이빙 반응을 단순히 ‘심장이 느려지고 몸이 편안해지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는 심박수 감소와 강한 말초혈관 수축, 혈압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심혈관 반응이며, 그 목적은 제한된 산소를 중요한 기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다.
비장도 무호흡에 반응한다
프리다이빙에서 흥미로운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비장의 수축이다. 비장은 혈액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반복적인 무호흡이나 저산소 자극을 받으면 수축하면서 저장되어 있던 적혈구 일부를 혈액순환으로 내보낼 수 있다.
적혈구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들어 있기 때문에, 비장 수축으로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면 혈액이 운반할 수 있는 산소량도 조금 증가할 수 있다.
이 반응은 특히 반복적인 무호흡에서 의미가 있다. 한 번의 숨참기 이후 일정한 회복시간을 두고 다시 무호흡을 반복하면, 앞선 무호흡에서 나타난 비장 수축의 영향이 다음 시도에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해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반복적인 잠수 후 비장의 크기가 감소하고, 헤모글로빈과 헤마토크릿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도 인간의 비장이 무호흡과 저산소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비장 수축만으로 무호흡 능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장의 크기와 수축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전체 산소 저장능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산소포화도는 왜 바로 떨어지지 않을까
손가락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용해 숨을 참아보면, 무호흡을 시작했다고 숫자가 즉시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혈액에는 이미 산소가 실려 있고, 폐에도 일정량의 산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호흡이 계속되면 폐포의 산소분압이 감소하고, 결국 동맥혈의 산소도 감소하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부터는 산소포화도의 하락이 더 뚜렷해질 수 있으며, 긴 무호흡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자신의 산소포화도를 정확하게 감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호흡충동은 비교적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산소 감소 자체는 뚜렷한 경고감각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 괜찮은 느낌’이 반드시 충분한 산소가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프리다이빙 안전을 자신의 감각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움직이면 산소는 더 빨리 사용된다
가만히 누워서 하는 스테틱과 핀을 차며 이동하는 다이내믹, 수직으로 하강하고 상승하는 다이빙은 같은 무호흡이라도 몸의 상태가 다르다.
근육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산소가 사용된다. 운동강도가 높아질수록 근육의 산소요구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같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셨더라도 가만히 있을 때와 강하게 움직일 때의 무호흡 지속시간은 달라진다.
산소 공급이 운동 요구량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 무산소성 에너지 대사의 비중도 커지고, 젖산을 비롯한 대사산물이 증가한다. 프리다이빙에서 불필요한 움직임과 지나치게 강한 핀킥을 줄이는 이유도 단순히 자세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한된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결국 무호흡 중의 움직임은 가지고 있는 산소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몸은 산소를 아끼지만, 산소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심박수가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비장이 수축하는 여러 반응을 보면 인간의 몸이 무호흡에 상당히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반응은 제한된 산소를 보존하고, 중요한 기관에 산소 공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이빙 반응은 새로운 산소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산소를 재분배하고 소비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무호흡이 계속되면 산소는 결국 감소하고, 이산화탄소는 증가한다. 산소가 충분히 낮아지면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운동조절 이상이나 의식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훈련된 프리다이버가 일반인보다 긴 무호흡과 낮은 산소 수준을 견디는 경우가 있지만, 훈련을 통해 산소가 필요 없는 몸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숙련될수록 자신의 산소 저장능력과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무호흡에 따른 생리적 반응을 더 잘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무호흡은 몸 전체가 함께 대응하는 과정이다
숨을 멈추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관은 폐지만, 실제 무호흡은 폐 하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폐에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조건이 변하고, 혈액에서는 산소 운반과 분포가 달라지며, 심장은 박동수를 조절한다. 말초혈관은 수축하고, 비장은 저장된 적혈구를 순환계로 내보낼 수 있으며, 뇌는 변화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속에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따로 일어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프리다이빙에서 말하는 ‘숨참기 능력’은 결국 폐활량 하나나 정신력 하나로 설명할 수 없으며, 호흡계와 심혈관계, 혈액, 근육, 뇌와 자율신경계가 제한된 산소를 두고 함께 대응하는 과정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프리다이빙의 여러 현상도 연결되기 시작한다. 왜 이완이 중요한지, 왜 움직임을 줄여야 하는지, 왜 숨이 차다는 느낌과 실제 저산소 상태가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왜 프리다이빙에서 자신의 감각만으로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지도 같은 원리에서 설명된다.
프리다이빙에서 숨을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호흡을 잠시 중단하는 행동이 아니다. 외부의 산소 공급이 끊어진 순간부터, 인간의 몸 전체가 가지고 있는 산소를 보존하고 배분하기 위해 작동하는 하나의 생리적 과정이다.
<small>참고 연구
Fitz-Clarke JR. Breath-Hold Diving. Comprehensive Physiology. 2018;8(2):585–630.
Foster GE, Sheel AW. The human diving response, its function, and its control.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05;15(1):3–12.
Lindholm P, Lundgren CEG. The physiology and pathophysiology of human breath-hold diving.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9;106(1):284–292.
Patrician A, Dujić Ž, Spajić B, Drviš I, Ainslie PN. Breath-Hold Diving – The Physiology of Diving Deep and Returning. Frontiers in Physiology. 2021;12:639377.
Hurford WE, Hong SK, Park YS, Ahn DW, Shiraki K, Mohri M, Zapol WM. Splenic contraction during breath-hold diving in the Korean ama.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990;69(3):932–936.
Pernett F, Bergenhed P, Holmström P, Mulder E, Schagatay E. Effects of hyperventilation on oxygenation, apnea breaking points, diving response, and spleen contraction during serial static apneas.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23;123(8):1809–1824.</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