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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

뇌는 무호흡과 저산소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뇌는 산소를 많이 사용하지만 저장할 수는 없다

프리다이빙에서 산소 부족에 가장 민감한 기관 가운데 하나가 뇌다. 뇌는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크지 않지만, 안정 상태에서도 상당한 양의 산소와 에너지를 사용하며, 기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혈류가 필요하다.

근육은 활동량을 줄이면 에너지 소비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뇌는 의식과 감각, 운동조절, 판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뇌 자체에 사용할 수 있는 산소를 충분히 저장해둘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뇌의 산소 공급은 혈액에 크게 의존한다.

숨을 멈추면 외부에서 새로운 산소가 들어오지 않으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혈액의 산소도 감소한다. 몸은 이에 대응해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뇌와 심장 같은 주요 기관의 산소 공급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려 한다.

프리다이빙에서 다이빙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기록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한된 산소 속에서 뇌의 기능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생존반응이기도 하다.

무호흡이 길어지면 뇌혈류는 증가한다

무호흡을 계속하면 혈액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 이산화탄소는 뇌혈관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자극이기 때문에, 뇌로 흐르는 혈액량은 무호흡이 진행될수록 증가할 수 있다.

동시에 혈액의 산소가 감소하는 저산소 상태도 뇌혈류 증가에 영향을 준다. 즉, 산소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뇌는 더 많은 혈액을 받아 산소 공급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숙련된 무호흡 다이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긴 스테틱 무호흡 후반에 뇌혈류가 안정 상태보다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약 두 배 수준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혈류가 증가한다고 해서 산소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혈액 자체에 실려 있는 산소가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어느 지점부터는 더 많은 혈액을 보내는 것만으로 필요한 산소량을 보충할 수 없게 된다.

뇌혈류 증가는 저산소를 늦추는 보상작용이지, 저산소를 없애는 방법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불편하지만 뇌혈류에는 다른 역할을 한다

프리다이버에게 이산화탄소는 흔히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호흡충동이 강해지고, 컨트랙션이 나타나며, 무호흡을 계속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단순히 불편함을 만드는 물질이 아니다. 혈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뇌혈관이 확장되어 뇌혈류가 증가하는데, 무호흡 후반부에는 이러한 반응이 뇌의 산소 공급을 유지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과호흡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감소한다. 호흡충동은 늦게 나타나지만, 낮아진 이산화탄소 때문에 뇌혈관이 수축할 수 있으며, 동시에 산소는 무호흡 중 계속 소비된다.

그래서 과호흡의 문제는 단순히 ‘숨이 오래 참아져서 위험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호흡충동을 늦추면서, 뇌로 가는 혈류에도 불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산소 부족을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다

무호흡이 길어져 혈중 산소가 감소하면, 뇌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기능을 유지하려 한다.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심혈관계는 말초혈류를 줄여 뇌와 심장으로 산소를 우선 배분한다.

숙련된 프리다이버는 상당히 낮은 산소 수준에서도 의식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으며, 극단적인 스테틱 무호흡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육상환경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저산소 상태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런 결과만 보면 훈련된 프리다이버의 뇌가 저산소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낮은 산소에서도 일정 시간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저산소가 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무호흡 후반에는 뇌의 산소 대사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보상기전이 한계에 도달하면 신경계 기능은 빠르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

판단력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저산소가 위험한 이유는 의식이 갑자기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뇌의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그 이전부터 주의력, 판단, 반응속도와 운동조절 같은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프리다이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자신의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기관 자체가 저산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버는 스스로 ‘아직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판단능력이나 운동조절 능력이 이미 떨어지고 있을 수 있다. 저산소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도 함께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안전한 한계를 결정하기 어렵다.

최근 반복적인 최대 무호흡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일부 인지 수행의 변화가 관찰됐다. 다만 모든 인지기능이 동일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훈련 수준과 무호흡 방식, 저산소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정신이 멀쩡하다고 느낀다’는 것과 뇌가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LMC는 뇌가 보내는 심각한 저산소 신호다

프리다이빙에서 LMC(loss of motor control)는 흔히 ‘삼바’라고 부르는 운동조절 이상이다. 다이버가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얼굴이나 팔다리의 움직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떨거나 반복적인 불수의 운동을 보일 수 있다.

이 현상은 심한 저산소 상태와 관련된다. 뇌가 의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더라도, 정상적인 운동조절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산소 공급이 떨어진 것이다.

LMC를 단순히 기록 도전 후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 현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정상적인 신경계 기능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조금 더 저산소가 진행되면 완전한 의식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마다 LMC가 나타나는 산소 수준에는 차이가 있고, 어떤 사람은 뚜렷한 LMC 없이 바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LMC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전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블랙아웃은 왜 일어나는가

블랙아웃은 저산소로 인해 뇌가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무호흡이 계속되면 혈액의 산소분압이 감소하고, 뇌로 전달되는 산소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의식을 유지하는 신경계 기능이 중단될 수 있다.

프리다이빙에서 블랙아웃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물속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잠시 의식을 잃는 것과 달리, 물속에서는 기도가 물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익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블랙아웃 직전에 반드시 강력한 경고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호흡충동은 주로 이산화탄소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과호흡 등으로 이산화탄소가 낮아져 있다면 강한 호흡충동을 느끼기 전에 산소가 위험한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에서 블랙아웃을 ‘정신력으로 조금 더 버티다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의식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생리적 한계다.

깊은 다이빙에서는 상승이 특히 중요하다

수직하강에서는 수심에 따른 압력 변화가 뇌의 산소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하강하면 주변 압력이 증가하면서 폐 속 산소의 부분압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깊은 곳에서는 이미 상당한 산소를 소비했음에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상승을 시작하면 상황이 반대로 바뀐다. 주변 압력이 감소하면서 폐포의 산소분압도 빠르게 낮아지고, 이미 무호흡 동안 소비된 산소까지 겹치면서 혈액의 산소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깊은 곳에서 괜찮았다는 느낌이 수면까지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승 후반부는 수심 자체는 얕아지고 있지만, 뇌의 산소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위험한 구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프리다이빙에서 세이프티가 다이버의 상승 후반부를 중요하게 보는 생리학적 이유이며, 흔히 말하는 ‘얕은 수심 블랙아웃’도 이러한 압력과 산소분압의 변화와 관련된다.

뇌는 어디까지 저산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숙련된 프리다이버에게서는 강한 다이빙 반응과 높은 저산소 내성이 관찰되며, 반복적인 훈련이 뇌혈류 조절과 저산소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반복되는 심한 저산소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랜 기간 프리다이빙을 한 사람에게서 표준 신경심리검사상 뚜렷한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특정 기억이나 실행기능에서 미세한 차이가 보고되기도 했다.

최대 무호흡 이후 신경세포나 혈액-뇌 장벽과 관련된 생체표지자의 일시적인 변화가 관찰된 연구도 있으며, 최근의 종합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극심한 저산소 노출의 장기적인 신경학적 영향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연구과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프리다이빙 훈련을 하면 뇌가 저산소에 강해지므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프리다이빙을 하면 뇌가 손상된다’고 단정하는 것도 현재의 연구결과보다 앞서 나간 주장이다.

확실한 것은 인간의 뇌에 저산소를 견디기 위한 여러 보상기전이 존재하지만, 그 보상능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뇌의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면 의식도 사라진다

무호흡이 시작되면 몸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반응을 동원한다.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를 중심부로 모으고, 심박수를 조절하며, 이산화탄소와 저산소에 반응해 뇌혈류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혈액의 산소가 감소해도 뇌는 일정 시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의 총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판단과 운동조절이 흔들릴 수 있고, 저산소가 더 진행되면 LMC가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프리다이빙에서 블랙아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고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산소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생리적 방어수단이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리다이빙의 안전은 자신의 저산소 한계를 직접 확인하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다이빙을 끝내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버디가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small>참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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