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가 물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보면 팔이나 모노핀으로 물을 강하게 밀어 몸을 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방향전환은 단순히 큰 힘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몸의 축을 먼저 바꾸고 그 축을 따라 추진력이 작용하도록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머메이드는 양다리가 하나의 테일과 모노핀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수영처럼 좌우 다리를 독립적으로 사용해 자세를 수정하기 어렵다. 몸통과 골반, 머리와 팔의 작은 위치 변화가 몸 전체의 방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좋은 방향전환은 회전한 뒤 다시 자세를 고치는 동작이 적다. 원하는 방향으로 몸의 축을 먼저 정리하고 남아 있는 관성과 부력을 이용한 뒤 필요한 만큼만 추진력을 추가한다. 그래서 숙련자의 턴은 큰 동작이 없어도 부드럽고 정확하게 보인다.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몸의 축이 바뀌어야 한다
직선으로 수영할 때 머리와 몸통, 골반과 모노핀은 진행방향을 따라 하나의 축을 만든다.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먼저 이 축 자체를 새로운 진행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초보자는 몸의 축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팔이나 핀으로 옆쪽의 물을 밀어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 몸은 움직이지만 상체와 하체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반대로 머리와 흉곽, 골반이 순서대로 새로운 방향을 향하면 모노핀 역시 그 축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후 웨이브를 시작하면 추진력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방향전환의 핵심은 어디로 물을 밀 것인가보다 몸 전체를 어느 방향으로 놓을 것인가에 있다.
시선과 머리는 방향전환의 시작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움직일 방향을 눈으로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수중에서도 시선을 새로운 방향으로 보내면 머리와 목이 따라 움직이고 그 변화가 몸통 회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얼굴만 과도하게 돌리면 목에서 몸의 선이 끊어진다. 시선은 먼저 이동하더라도 머리와 어깨, 흉곽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야 한다.
특히 촬영에서는 카메라를 계속 바라보면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때 시선과 진행방향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목을 무리하게 비틀어 해결해서는 안 된다.
숙련될수록 시선은 단순히 방향을 보는 기능을 넘어 회전의 타이밍과 표현을 조절하는 요소가 된다.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턴도 전혀 다른 동작처럼 보일 수 있다.
몸통과 골반이 함께 돌아야 테일이 뒤따라온다
머리와 어깨가 방향을 바꾸었는데 골반은 이전 방향을 유지하고 있으면 몸이 비틀린다. 테일과 모노핀은 골반 아래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체는 계속 원래 진행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
좋은 턴에서는 몸통의 회전이 골반까지 전달되고 골반의 방향변화가 테일을 새로운 축으로 끌어온다. 몸 전체가 동시에 딱딱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위쪽에서 시작한 방향변화가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몸통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체와 골반 사이의 회전량을 조절해 몸이 필요 이상으로 비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골반이 새로운 방향에 놓인 뒤 웨이브를 시작하면 모노핀의 추진력도 그 방향으로 연결된다. 턴과 추진의 순서를 구분하면 불필요하게 큰 힘을 사용할 필요가 줄어든다.
팔은 방향을 만드는 보조장치이지 주된 엔진은 아니다
물속에서 팔과 손은 방향전환에 매우 유용하다. 손바닥의 각도를 바꾸거나 팔을 작은 범위에서 움직이면 몸의 회전을 시작하거나 멈추는 데 필요한 힘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방향을 바꿀 때마다 두 팔로 물을 크게 젓는 것이다. 이런 동작은 순간적으로 효과가 크지만 몸의 선을 깨뜨리고 촬영에서는 동작이 거칠게 보일 수 있다.
또한 큰 팔동작은 추가적인 에너지를 사용한다. 무호흡 상태에서는 필요 이상의 근육활동을 반복하는 것이 활동시간에도 불리할 수 있다.
숙련된 머메이드는 손과 팔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 작은 스컬링과 손목 각도의 변화만으로 몸의 방향을 미세하게 수정하고 큰 방향전환은 몸의 축과 연결해 처리한다.
좌우 방향전환은 몸을 옆으로 밀기보다 새로운 진행축을 만든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이동하고 싶을 때 몸 전체를 옆으로 밀려고 하면 많은 저항이 발생한다. 긴 테일과 모노핀을 옆면으로 물에 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몸의 앞쪽을 먼저 새로운 방향으로 돌린 뒤 테일이 그 경로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옆으로 미끄러지기보다 앞부분의 방향을 바꿔 곡선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회전반경을 작게 만들고 싶다면 몸통과 골반의 회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넓고 부드러운 턴에서는 기존의 진행속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축을 바꿀 수 있다.
촬영에서는 이런 곡선 이동이 특히 유용하다. 직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꺾는 것보다 넓은 곡선을 그리며 카메라를 통과하면 머리카락과 테일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상승과 하강으로 방향을 바꿀 때는 몸 전체의 각도가 중요하다
수평으로 가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거나 위쪽으로 올라오는 것도 방향전환이다. 좌우 턴과 다른 점은 부력이 이동방향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강하려면 머리와 몸통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골반과 모노핀도 그 축을 따라오게 해야 한다. 상체만 아래로 접고 골반이 수평으로 남아 있으면 몸이 ㄱ자 형태가 되어 저항이 증가한다.
상승도 마찬가지다. 수면 방향으로 몸의 축을 만든 뒤 모노핀을 사용하면 추진력이 위쪽으로 전달된다. 특히 상승하면서 양성부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의 웨이브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
좋은 수직전환은 허리를 접어 방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하나의 긴 축을 유지한 채 진행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에 가깝다.
회전에는 시작뿐 아니라 멈추는 기술도 필요하다
몸을 한 번 회전시키면 관성 때문에 원하는 방향을 지나 계속 돌아갈 수 있다. 특히 팔과 모노핀을 크게 사용해 강하게 회전한 경우에는 이를 멈추기 위해 다시 반대 방향의 큰 동작이 필요해진다.
정확한 방향전환에서는 회전을 시작할 때부터 얼마나 돌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목표방향에 가까워지면 몸통과 팔의 위치를 정리하고 회전을 만드는 힘을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손과 팔의 작은 움직임으로 남은 회전을 상쇄할 수 있다. 몸을 크게 흔들어 급정지시키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게 원하는 방향에 정렬된다.
촬영에서 턴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지는 지점도 여기다. 회전 자체는 멋있어도 마지막에 팔과 핀을 휘저어 자세를 잡으면 동작 전체가 불안정해 보인다.
모노핀으로 방향을 억지로 수정하면 동작이 커진다
모노핀은 강한 추진력을 만들 수 있지만 방향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장비는 아니다. 넓은 블레이드를 좌우로 비틀거나 한쪽으로 강하게 밀어 방향을 바꾸면 큰 힘이 몸 전체에 전달된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골반이 흔들리고 몸의 축이 무너지기 쉽다. 핀을 다시 정렬하기 위해 또 다른 수정동작이 필요해지면서 턴이 점점 커진다.
모노핀은 몸이 새로운 방향을 향한 뒤 그 방향으로 추진하는 역할에 더 적합하다. 방향의 시작과 미세한 조절은 몸통과 골반, 손과 팔을 이용하고 핀은 정렬된 축을 따라 힘을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턴 이후 곧바로 웨이브를 이어갈 수 있고 유영과 방향전환이 하나의 연속된 움직임처럼 보인다.
좋은 방향전환은 속도를 모두 버리지 않는다
초보자는 방향을 바꾸기 전에 완전히 멈춘 뒤 몸을 돌리고 다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하게 동작을 배우는 초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모든 턴을 이렇게 하면 움직임의 흐름이 계속 끊긴다.
숙련되면 기존의 이동속도를 이용해 곡선을 그리면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운동량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새로운 진행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회전반경이 커질 수 있고, 너무 느리면 방향전환을 위해 추가적인 추진이 필요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속도와 회전량을 함께 조절해야 한다.
퍼포먼스에서는 이러한 연결이 특히 중요하다. 유영에서 턴으로, 턴에서 상승이나 포즈로 이어지는 과정이 끊기지 않으면 각각의 기술이 하나의 루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숙련된 머메이드는 큰 동작보다 작은 수정으로 방향을 관리한다
물속에서는 처음부터 완벽한 경로를 유지하기 어렵다. 부력과 의상, 머리카락, 모노핀의 움직임 때문에 몸은 조금씩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벗어날 수 있다.
초보자는 어느 정도 크게 벗어난 뒤 팔과 핀을 사용해 한 번에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숙련자는 작은 변화를 일찍 느끼고 손과 몸통, 골반을 미세하게 조절한다.
작은 수정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몸의 선도 거의 깨뜨리지 않는다. 촬영에서는 마치 아무런 수정 없이 원하는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머메이드의 방향전환은 물을 강하게 밀어 몸을 돌리는 기술이 아니다. 시선과 몸통으로 새로운 방향을 만들고 골반과 테일을 그 축에 연결한 뒤 필요한 만큼의 추진력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방향을 먼저 만들고 힘을 나중에 사용하는 순간, 턴은 힘겨운 수정동작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로 바뀐다.
참고 연구
Connaboy C, Coleman S, Sanders RH. Hydrodynamics of Undulatory Underwater Swimming: A Review. Sports Biomechanics. 2009;8(4):360-380.
Nicolas G, Bideau B. A Kinematic and Dynamic Comparison of Surface and Underwater Displacement in High Level Monofin Swimming. Human Movement Science. 2009;28(4):480-493.
Kibler WB, Press J, Sciascia A. The Role of Core Stability in Athletic Function. Sports Medicine. 2006;36(3):189-198.
Proske U, Gandevia SC. The Proprioceptive Senses: Their Roles in Signaling Body Shape, Body Position and Movement, and Muscle Force. Physiological Reviews. 2012;92(4):1651-1697.
Sanders RH, Cappaert JM, Devlin RK. Wave Characteristics of Butterfly Swimming. Journal of Biomechanics. 1995;28(1):9-16.
Pendergast DR, Moon RE, Krasney JJ, Held HE, Zamparo P. Human Physiology in an Aquatic Environment. Comprehensive Physiology. 2015;5(4):1705-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