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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빙

잘하는 다이버는 왜 천천히 움직이는가

숙련된 다이버를 보면 물속에서 의외로 움직임이 적다. 핀을 계속 빠르게 차지도 않고 손으로 물을 젓지도 않는다. 한 번 추진한 뒤 그대로 미끄러지거나 한곳에 멈춰 주변을 살피고, 방향을 바꿀 때도 작은 동작만 사용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여유롭게 다이빙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움직임에는 물속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원리가 들어 있다.

물은 공기보다 훨씬 높은 밀도를 가진 유체이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수록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운동량이 증가하면 산소소비와 이산화탄소 생성이 증가하고 호흡량과 실린더의 기체소비도 커진다. 빠른 움직임은 부력과 자세를 흔들고 주변상황을 관찰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잘하는 다이버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경험이 많아 마음이 느긋해서가 아니다. 필요한 일을 더 적은 움직임과 에너지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 결과에 가깝다.

물속에서는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이버가 앞으로 이동하면 물은 그 움직임을 방해하는 항력을 만든다. 항력의 크기는 몸의 형태와 정면 면적, 물의 밀도와 이동속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속도가 증가할수록 빠르게 커진다.

그래서 이동속도를 두 배로 높인다고 필요한 힘과 에너지가 단순히 두 배만 증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세와 장비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빠른 이동은 속도의 증가보다 훨씬 큰 추진력을 요구할 수 있다.

육상에서는 약간 빨리 걷는 것과 천천히 걷는 것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스쿠버다이버는 실린더와 BCD, 레귤레이터, 슈트와 여러 장비를 착용한 채 물속을 이동한다. 몸이 세워져 있거나 장비가 밖으로 늘어져 있다면 저항은 더욱 커진다.

숙련된 다이버가 필요하지 않은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은 물속에서 속도의 비용이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자세는 천천히 움직여도 충분한 추진력을 만든다

몸이 수평에 가깝고 장비가 유선형으로 정리되어 있으면 이동방향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다. 같은 힘으로 핀을 차도 저항으로 잃는 에너지가 적어지므로 한 번의 킥으로 더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상체가 들리고 다리가 아래로 처진 상태에서는 몸 전체가 물을 넓게 밀면서 이동하게 된다. 속도가 잘 나지 않으니 더 강하고 빠르게 핀을 차게 되고, 그 결과 운동량과 호흡이 증가한다. 초보자가 열심히 움직이는데도 숙련된 다이버보다 느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좋은 다이버는 한 번의 핀킥으로 추진력을 만든 뒤 관성을 이용해 잠시 미끄러질 수 있다. 속도가 충분하다면 다음 킥을 즉시 할 필요가 없다. 작은 방향수정 역시 몸 전체를 크게 움직이는 대신 필요한 핀 동작만 사용한다.

결국 느린 움직임이 가능한 이유는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 번 사용한 힘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줄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근육이 일을 하면 산소소비와 이산화탄소 생성이 증가한다. 몸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심박과 환기량을 높인다. 강한 핀킥을 지속하는 다이버의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스쿠버에서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같은 폐환기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실린더 기체가 필요하고 기체밀도 증가로 호흡일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깊은 곳에서 불필요한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얕은 곳보다 더 큰 호흡부담과 기체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숙련된 다이버가 공기를 적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움직임의 경제성이다. 숨을 억지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환기량 자체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다이빙하기 때문이다.

공기소비를 줄이고 싶다면 호흡부터 통제하려 하기보다 자신이 물속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중성부력이 좋으면 계속 움직일 이유가 없다

부력이 맞지 않는 다이버는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핀을 사용한다. 음성부력 상태에서는 위쪽으로 헤엄치고 양성부력 상태에서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원하는 깊이에 머무르려고 한다.

겉으로 보면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성부력이 아니라 추진력으로 부력문제를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핀을 멈추는 순간 가라앉거나 떠오르기 때문에 다이버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중성부력이 안정된 다이버는 움직임을 멈춰도 수심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동해야 할 때만 핀을 사용하고 원하는 위치에 도착하면 그대로 멈출 수 있다. 정지하는 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는다.

잘하는 다이버의 움직임이 적어 보이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천천히 움직이면 주변을 볼 시간이 늘어난다

다이빙에서 중요한 정보는 앞쪽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버디의 위치와 상태, 수심과 잔압, 다이브컴퓨터, 조류와 지형, 보트와 출수지점 등 여러 정보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자신의 부력과 호흡을 유지하는 데 많은 주의를 사용하면 주변상황을 관찰할 정신적 여유가 줄어든다. 반대로 움직임과 부력이 자동화되어 있는 다이버는 자신의 몸을 유지하는 데 적은 주의를 사용하고 더 넓은 환경을 볼 수 있다.

숙련된 다이버가 자주 멈춰 주변을 확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진행방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뒤따르는 버디가 있는지, 수심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조류의 방향과 출수계획이 맞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수중에서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속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찰과 판단에 사용할 시간을 확보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느린 움직임은 문제를 더 일찍 발견하게 한다

장비가 조금 불편하거나 호흡이 평소보다 빨라지고 있을 때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면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미 운동 때문에 호흡과 심박이 증가해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움직이는 다이버는 자신의 정상상태를 비교적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평소와 달리 숨이 차거나 한쪽 핀이 이상하고 BCD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면 작은 변화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문제를 일찍 발견하면 해결도 간단하다. 장비를 정리하고 부력을 조절하거나 버디에게 신호를 보내고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반대로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계속 강하게 움직이면 작은 이상이 피로와 호흡곤란, 불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

상황인식은 눈으로 주변을 보는 능력만이 아니다. 자신의 호흡과 몸, 장비가 평소와 다른지를 알아차리는 능력도 포함한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과 서두르는 것은 다르다

좋은 다이버가 항상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류에서 버디와의 거리를 회복하거나 위험한 지점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필요한 상황에서는 강한 추진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이는 속도를 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속도를 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평상시부터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면 실제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체력과 호흡의 여유가 줄어든다.

일반적인 다이빙에서는 낮은 운동강도를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출력을 높이는 편이 합리적이다. 자동차를 항상 최대회전수로 운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평상시의 여유가 비상상황에서 사용할 예비능력이 된다.

숙련된 다이버의 느린 움직임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항상 전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움직이면 부력변화도 작게 관리할 수 있다

빠른 핀킥과 큰 몸동작은 자세와 수심을 흔들 수 있다. 방향을 바꾸면서 몸이 세워지거나 위아래로 움직이면 BCD와 슈트의 기체부피도 달라지고 다시 부력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얕은 수심에서는 작은 수심변화도 상대적인 압력변화가 크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상승이 부력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이러한 변화를 늦게 발견하면 상승속도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천천히 이동하면 자신의 수심변화를 일찍 확인할 수 있고 작은 호흡이나 BCD 조작으로 수정할 시간이 충분하다. 방향전환도 수평상태에서 작은 핀 동작으로 수행하면 수심변화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좋은 부력과 느린 움직임은 서로를 강화한다. 부력이 좋기 때문에 천천히 움직일 수 있고,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부력을 더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다.

수중생물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느린 움직임이 유리하다

빠른 핀킥은 다이버 주변에 강한 물의 흐름을 만든다. 바닥 가까이에서는 퇴적물을 일으켜 시야를 흐릴 수 있고 산호나 작은 생물 주변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천천히 접근하면 자신의 몸과 핀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할 시간이 생긴다. 너무 가까워졌을 때 백킥으로 거리를 만들거나 작은 회전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촬영을 위해 피사체 가까이 접근할 때도 큰 움직임 없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수중생물 역시 빠르게 접근하는 다이버보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다이버에게 덜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 좋은 다이빙 기술이 환경관찰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이유다.

환경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물속에서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는 것이다.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은 느리게 판단한다는 뜻이 아니다

숙련된 다이버는 평상시에는 움직임이 느리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단까지 느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 주변상황을 계속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버디가 예상보다 멀어지고 있거나 잔압이 계획보다 빠르게 감소한다면 문제를 크게 만든 뒤 대응하지 않고 일찍 계획을 수정한다. 조류가 강해지는 것을 느끼면 힘으로 계속 밀어붙이기보다 방향이나 반환시점을 바꾼다.

이러한 판단은 신체적인 서두름과 다르다. 몸은 차분하게 움직이면서도 필요한 결정은 빠르게 할 수 있다. 오히려 호흡과 부력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고 선택할 여유가 남아 있다.

잘하는 다이버의 여유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 문제가 커지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서 나온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사라지면 다이빙이 길고 편안해진다

같은 40분의 다이빙이라도 계속 핀을 차고 부력을 수정하며 숨이 찬 상태로 이동하면 상당한 운동이 된다. 반대로 안정된 부력과 트림으로 천천히 이동하면 훨씬 낮은 운동강도로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운동량이 줄면 기체소비와 피로가 감소하고 추위에 대응할 에너지와 비상상황에서 사용할 체력도 남길 수 있다. 호흡이 편안하므로 버디와의 의사소통과 주변관찰도 쉬워진다.

이것이 경험이 쌓인 다이버가 처음보다 적게 움직이면서 더 많은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장비를 조작하거나 방향을 바꾸고 수심을 유지하는 각각의 행동이 작은 동작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전체 움직임은 줄어든다.

효율적인 다이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행동과 불필요한 행동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한다.

잘하는 다이버는 힘보다 여유를 남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한 사람이 가장 잘한 사람은 아니다. 계획된 경로를 안전하게 이동하고 자신의 기체와 체력, 버디와 환경을 관리한 뒤 충분한 여유를 남긴 채 수면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천히 움직이면 저항과 운동량이 줄고 호흡과 공기소비가 안정된다. 중성부력과 트림을 유지하기 쉬워지고 주변상황을 관찰할 시간도 늘어난다. 각각은 별개의 장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숙련될수록 다이버는 더 많은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보다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힘이 많아진다. 한 번의 핀킥으로 이동하고, 필요한 만큼만 방향을 수정하며, 원하는 위치에서는 아무 동작 없이 머무를 수 있다.

물속에서 잘 움직인다는 것은 계속 움직이는 능력이 아니다. 언제 움직여야 하고 언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그래서 잘하는 다이버일수록 물속에서는 오히려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참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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